
‘풍경의 작가, 풍경의 사상가’, 똘스또이
저자는 7, 8년 전 한국어로 번역된 똘스또이의 중단편집 전체를 읽으며 떠오른 단상들을 메모하며 『똘스또이와 함께한 날들』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똘스또이의 중단편집 전체를 읽으며 그의 수많은 작품들을 관통하고, 그의 사회적 발언들과 사상가적 풍모를 연결하는 핵심 어휘가 바로 ‘자연’과 ‘풍경’이라는 것을 깨닫고, 『똘스또이와 함께한 날들』에서 똘스또이가 ‘풍경의 작가, 풍경의 사상가’라는 것을 강조한다. 저자는 똘스또이의 인생과 작품들을 둘러보며 그의 깨달음을 “풍경의 미학”, “인생의 풍경”, “말년의 풍경”으로 풀어냈고, 주제에 맞게 떠오르는 단상들을 함께 기록했다.
똘스또이는 위대한 작가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모순에 찬 인간이자 사회적 행동가였으며 구체제 기득권층 속에서 새로운 시대를 모색했던 사상가였다. 그리고 똘스또이는 분야를 막론하고 기존 제도의 근원과 인간의 삶에 대한 의미를 근본적으로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비루한 현실의 밑바닥까지 파헤치면서도 똘스또이가 잃지 않았던 것은 인간의 순수한 영혼과 세상의 구원 가능성이라는 희망이었다. 지금까지도 똘스또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것은 이 ‘근본주의’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도스또옙스끼의 말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나는 ‘인간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세상을 구원한다.’고 바꿔 말하고 싶다. 비록 그것이 현실에서는 빈번하게 ‘실패’로 끝날지라도…”
저자(글) 김창진
30년 전, 모스끄바에 첫 발을 디디고 러시아라는 세계를 만났다. 거기, 낯설고도 낯익은 유라시아 문명의 세계에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을 느끼며 다정한 사람들과 심오한 문화예술에 젖어들었다. ‘빛나는 벌판’이라는 이름의 고즈넉한 숲속 오솔길 옆, 소박한 풀무덤으로 남아있는 레프 똘스또이는 형언할 수 없는 울림으로 가슴 속 깊이 남아있다.
험한 시대에 맞서는 방편으로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평소에는 산책과 영화, 여행을 즐긴다.
에세이로 『시베리아 예찬』을 썼고, 성공회대 교수로 있다.
출판사 서평
소피아가 몸을 던졌다는 저수지를 지나 아름드리 자작나무들이 양 옆에 쭉 늘어서있는 경사진 오솔길을 한참동안 오른다. 나뭇잎들 사이로 다정하게 들어오는 햇볕을 받으며 넉넉한 흙길을 걷는 느낌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왼쪽으로 사과밭이 나온다. 그 옆에 옛날 마구간이 보이고 아이들 두엇이 먼지를 일으키며 말을 타고 간다. ‘빛나는 벌판’이라는 뜻을 가진 소박한 동네 풍경은 이렇게 번잡하지도 적막하지도 않다. 모스끄바의 변방, 하지만 한때 세상의 중심이었던 곳. 똘스또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순례길이다.
흔히 러시아의 대문호로 불리는 똘스또이는 한국에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같은 교훈적 우화 작가, 또는 『전쟁과 평화』, 『부활』과 같은 장편소설 작가로 알려져 있다. 많은 작가들은 『안나 까레니나』를 문학사상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다. 또는 간디와 함석헌의 정신적 스승으로서, 무소유 공동체나 비폭력저항 사상가로 그를 기억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를 아는 젊은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자신의 숲속에 작은 풀무덤으로 누워있는 그를 발견하지 못했던들 내게도 똘스또이는 그저 대단한 작가이자 독특한 사상가로서만 남아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욕망과 방종과 번뇌와 깨달음과 회한 속에서 방황했던, 모순에 찬 인간이었다는 사실에 깊이 공감한다. 그가 틈만 나면 참나무 숲길을 걸었던 산책자였던 것도 마음에 들고, 백작 신분을 벗어던지려고 농부의 옷을 입고 쟁기질을 했던 모습도 좋다. 여든둘의 나이에 출가해야만 했던 절박한 처지에 연민을 느낀다.
내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똘스또이가 ‘풍경의 작가이자 풍경의 사상가’라고 하는 사실이다. 뒤늦게 한국어로 번역된 똘스또이의 중·단편들에 빠져들면서 강렬하게 다가온 느낌이다. 얼마나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지 모를 일이다. 지난 5, 6년 동안 밴쿠버에서, 모스끄바와 뻬쩨르부르그에서, 그리고 일산에서 이 작업을 하는 동안 나는 행복했다.
『똘스또이와 함께한 날들』, 책을 펴내며(p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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