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리 원정기: 중세 러시아의 영웅 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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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 러시아 최고의 문학 작품
√ 키예프 루시의 공후였던 이고리 공의 이야기
√ 이고리 공의 원정 패배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키예프 루시의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키예프 루시의 단합을 주장한 작품
√ 러시아 최고의 고대 문학 학자 드미트리 리하쵸프의 해설 수록
√ 러시아의 목판화가 파보르스키의 삽화 수록

책 속으로
– 루시 연대기의 언어와 루시 인들의 외교 조약과 각종 정치적 문건의 공식적이고 실무적인 언어, 많은 다른 루시 필사문학 작품의 언어, 무엇보다도 『이고리 원정기』의 언어는 중세 루시인들의 필사 문학어이다. 풍요롭고 표현력 뛰어난 이 언어는 그 시대 루시 인들의 얻어냈던 가장 값어치있는 것 중의 하나이다. (p.14)

– “이제 루시 땅에는 농부들의 밭 가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커다란 갈가마귀들만이 (루시 농부-병사들의) 시체를 두고 종종 다툼을 벌이며 까악거렸으니, 조그만 까마귀들도 혹 제 몫이 있을까 곁에서 울어댔다.” 작가는 올레그에게 “고리슬라비치”(Гориславич)라는 아이러니한 부칭을 안겨 주는데, 이는 올레그 한 명의 슬픔이 아니라 그의 내분이 불러온 민중 전체의 슬픔을 뜻하는 것이다. (p.25)

– 이제 이고리는 황금 등자에 올라 드넓은 벌판을 질러 원정을 떠났다. 태양은 어둠으로 길을 가렸고, 밤은 벼락으로 새들을 깨웠다. 짐생들의 울부짖음이 들려오고, 괴조(怪鳥)는 홰홰 날개 치며 나무 꼭대기에서 울음으로 명령했다. 미지의 땅에게,
볼가 강, 포모리예 땅, 포술리야 땅, 수로쥐, 코르순, 그리고 너, 트무토로칸의 우상(偶像)은 잘 들으라고. 폴로베츠인들은 길도 아닌 길을 따라 위대한 돈 강 쪽으로 급히 옮겨갔다.
밤중에 삐걱대는 수레 소리는 마치 화난 백조의 울음 소리같았다. (p.119)

– 보얀과 호드이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둘 모두 호드이나는 스뱌토슬라브의 가인(歌人)이자, 오래전 야로슬라브 시대에 공후 올레그의 총애를 받던 인물이다. “어깨 없이 머리가 힘들고, 머리 없는 몸도 불행 하다”, 이고리가 없는 루시 땅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p.209)

– “영광 있으라, (연장 공후) 이고리 스뱌토슬라비치에게, 성난 황소 브세볼로드에게, (그리고 젊은 공후) 이고리의 아들 블라디미르에게!” 만수무강을 기원합니다, 공후들과 충직한 기사들이여, 그리스도인을 위해 이교도의 (폴로베츠의) 침입에 맞서 싸운 당신들이여!
공후들에게 영광, 기사들에게도! (p.210)

출판사 서평
『이고리 원정기』(Слово о полку Игореве)라는 이 작품은 12세기 후반, 중세 러시아의 이고리라는 공후의 실패한 원정을 다룬 작품이다. 오늘날 러시아의 조상격인 키예프 루시의 공후였던 젊은 이고리 공은 자신들을 침입하는 이교도 유목민에 대해 군사를 일으켜 원정에 나섰으나, 오히려 패배하여 포로로 2년이나 억류되었다가 탈주했다. 500행 정도의 시적 작품으로 재구성될 수 있는 이 사회적 영웅 서사시는 이고리의 원정에 동행했으며 궁정시인의 신분으로 추정되는 익명의 작가가, 원정 실패 직후 이고리 공의 패배를 분열된 키예프 루시의 극단적 상황의 한 단면으로 인식하고 공후들의 내분 종식과 외적에 맞선 단합을 주창하는 내용으로 완성시킨 작품이다.
흔히 『이고리 원정기』는 『베오울프』, 『롤랑의 노래』, 『니벨룽의 노래』 등 중세 서유럽 민족 문학의 영웅 서사시의 러시아 문학 판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러시아 문학답게, 서유럽 문학의 일반적 특성에서 벗어나 있는 점들이 꽤 있다. 비록, 이 번역본의 부제는 “중세 러시아의 영웅 서사시”라고 되어 있지만, 작품을 읽는 독자들은 ‘과연 이고리가 영웅인가’라는 의구심을 충분히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중세 러시아 당시 150년의 역사를 종횡무진으로 오가며 펼쳐지는 러시아의 오래된 옛날 영웅의 이야기, 읽어도 읽어도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느낌의 옛날 러시아의 영웅 이야기, 실패한 원정의 이야기를 가져와 작가는 당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독단적으로 출정한 원정에서 패하고 포로로 잡혀 있다가 겨우 탈출한 공후가 무슨 영웅이란 말인가? 꿈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한참 옛날 전설도 섞여 있는 듯싶고, 늑대로 변신하는 인간의 이야기도 섞여 있는 것 같으며, 웬 여인이 바람, 강, 태양에 호소하기도 하는 알 수 없는 이 뒤죽박죽한 글 한 덩어리. 러시아인들은 자신들 중세 문학 최고의 작품이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는 800년도 더 된 옛 글 한 자락을 읽는 느낌은 과연 어떨지, 설레는 마음으로 독자에게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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