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떠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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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글) 이규형
이규형 시인은 1951년生으로 서울高, 서울大 외교학과를 졸업하였다. 1974년 외교통상부에 입부한 후, 1980년부터 駐유엔대표부, 중앙아프리카, 일본, 중국 및 방글라데시 대사관에서 근무하였고, 본부에서 유엔과장, 국제기구 국장 대변이과 제 2차관을 거쳐 현재는 駐러시아 대사로 재직하고있다. 시집으로<때로는 마음 가득한>(어진소리,2005)이 있다.

 

출판사 서평
외교관-시인 이규형의 두번째 시집,
외교와 서정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하모니.

고대로부터 외교관-시인이 많았던 것을 본다면 외교관은 지성과 감성의 소유자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한 나라를 대표하는 중책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나라에서 살면서 다양한 자연경관 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족을 보고 느끼며 사색에 잠길 수 밖에 없는 직업이 외교관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대의 마에케나스에서 시작하여 우리에게 잘 알려진 칠레의 파블로 네루다에 이르기까지 외교관-시인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우리나라에만도 고창수, 이동진 등이 있으며, 그 반열에 이규형 시인이 있다.
이규형 시인은 러시아의 대표적 외교관-시인인 쮸쩨프를 시에서 언급한다. 외교통상부 차관을 지내고 현재 러시아 대사로 재직하고 있는 현직 외교관인 시인에게 있어 쮸쩨프의 서정과 러시아에 대한 자긍심은 공감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의 첫 시집인 <때로는 마음 가득한>과 마찬가지로 이번 시집 <또 다시 떠나면서>에서 외교관으로서의 소명의식으로 점철된 싯구들을 접하게 된다. 나라를 걱정하는 상념들은 자연스레 각국의 자연 및 민족적 특성들과 결합하게 되고, 이러한 요소들은 서정적 하모니를 이루게 된다.
특히 현재 머물고 있는 러시아는 시인에게 있어 다양한 사색을 제공하는 듯이 보인다. 거대한 동토의 땅, 아름다운 자연 경관, 순박한 사람들, 심오한 예술의 향취, 무한한 자연 자원, 아직 여물지 않은 정치 여건 등은 시인에게 시적 영감을 주며, 외교관으로서 국익차원에서의 상념의 대상일 것이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10여 편의 러시아에 관한 시를 싣고 있으며, 기타 타국에서 겪은 다양한 감상들, 삶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상들을 60여 편에 걸쳐 싣고 있다.
이 시집의 또 하나의 특징은 20여 편의 시들을 러시아어로 번역하여 싣고 있다는 점이다. 주러시아 한국 대사가 쓴 러시아에 대한 감상 등은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하는 독자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시로써 또 하나의 새로운 외교를 펼친다는 측면에서 좋은 파장을 기대해 본다.

▷▷ 추천사

우리 앞에는 한국의 현대 시인 이규형의 시집이 있다. 외교관을 직업으로 가진 그는 세계 각국에서 일해 왔으며, 현재 주러시아 한국 대사로서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시와 정치, 외교와 서정 ? 이 둘은 명백히 다른, 삶의 두 측면이며, 언뜻 보기에 혼융되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이규형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어떻게 한 인간의 내면에 이 두 세계가 동등하게 참작되고 있는지, 또한 얼마나 훌륭하게 서로서로를 보완하고 있는지 볼 수 있게 된다. 이 시집 속에 제시된 시편들에서 우리는 섬세한 서정시인이자 사색가의 특징과 외교관의 면모가 동시에 놀랍게 결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시인의 시편들에는 고유한 민족적 특징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 속에 동양적 세계관과 한국의 시학적 전통에 대한 경의가 드러나고 있다. 불교와 유교의 종교 철학적 체계는 전통적으로 한국 문학에 영향을 끼쳤으며, 그 영향은 현재에까지 계속되고 있다. 자기 성찰을 통한 자아의 인식, 자아의 완성과 평정에 대한 지향 등이 이러한 세계관의 특징으로 나타난다. 이와 유사한 불교적 철학이 시 <브라질리아의 밤>에 투영되고 있다.

간 밤
호수 위에 하나 가득하던
보름달이
산 새 지저귐에 자취를 감추어
궁금해
난간에 다가가니
어느 새
하얀 둥근 달이 되었더라.

바람 부는 대로
물결이 흐르는 것을 보며
맑은 공기에
저 먼 구름을 담아
인간사 덧없음을 새삼 느낀다면
무엇을 懇求하였더란 말인가. (<브라질리아의 밤1> 중)

음력이 익숙한 한국인에게 있어, 또한 <시조>나 <한시>의 산수시나 현대 서정시에서, 달은 자주 만날 수 있는 이미지 중 하나이며, 한국인이 좋아하는 사색의 대상이다. 한편 달의 형상은 유교적 세계관 중 ‘선비 정신’과 관계된 정형화된 상징이기도 하다. 달은 불변, 충성, 영혼의 정결함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함께 사색을 공유할 수 있는 옛 한국 시인들의 변함없는 친구로서, 달은 그렇게 강직하고 신념에 찬 외교관-시인 이규형의 시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편 우리는 시를 읽으며 시인과 함께 여러 나라, 여러 대륙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러한 테마의 시편들에는 단지 타국의 관찰자로서의 시각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민족의 삶과 문화에 대한 통찰과, 타국에서 거리를 두고, 타인을 통해 자신을 다시금 조망하려는 바람이 담겨있다. 이것은 <러시아> 연작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외교관이라는 직업으로 인해 이국 땅에서 오랜 시간 살고 일하면서, 시인은 여러 나라를 내면으로부터 이해하고, 여러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행복한 기회를 가졌다. 자신의 감상을 바탕으로 하여 시인은 러시아, 브라질, 인도의 시적 형상을 창조한다. 독자는 다른 삶과 문화에 대한 외국인의 근원적이면서 때로는 역설적인 시각을 보게 되며, 정확한 관찰과 디테일은 이러한 시들의 독특한 요소가 된다. 이렇듯 시인은 러시아에 대해 성찰하면서 다음과 같은 형상을 창조한다; ‘우리네 은행나무 잎 선연한 노란 빛은 아니지만/ 모스크바의 황갈색 단풍/ 계절이 다가옴을/ 조그맣게, 가벼운 떨림으로 전해 주는데// 회색 빛 눈발에 습기 품은 대기/ 색다른 이곳 차가움’.
사실적 현재성은 시인의 시구들에서 명백하고 도드라지게 분출된다. 그의 시 속에 작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전혀 없으며, 삶 자체, 일상적인 상황들이 사색을 위한 양식을 제공한다. 게다가 이러한 상황은 실제 삶이 그러하듯이 국제 정치의 높은 범주의 현안으로부터 가장 일상적인 거리 산책이나 기내 식에 이르기까지 교차되고 있다. 외교관으로서 시인은 한국과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 및 러시아를 포함한 여러 국가와 여러 대륙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제적, 정치적 변화들에 항시 주목하고 있다. 동시에 인간 삶의 의미와 자신의 운명에 대한 깊은 성찰과 자신의 성격과 흐르는 시간의 본질을 가다듬고자 하는 열망 역시 존재하고 있으며, 이 모두가 함께 연계되고 있다. 하나의 현상이나 객체를 응시하고, 여러 측면에서 조망하면서 자신의 내적 본질을 통찰할 수 있다고 시인은 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이규형 시의 시학적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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